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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술자격증 ‘無시험 취득’ 논란

 

고용부 “교육과정 이수하면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자격증 자동부여”

기술교육협의회 비대위 ‘신뢰성·형평성 저하 우려’, 탄원서 제출·서명운동 등 개정안 저지에 총력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22일 특성화 고교 및 전문대 학생들이 특정 과정을 이수하면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기술자격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고용부는 야심차게 준비한 정책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기대했으나 의도와 달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고용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가기술자격법 일부 개정법률(안) 입법예고’ 글은 이례적으로 조회 수만 17,000회를 넘었고, 2,500여 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99%는 개정안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실명 게시판임에도 “기술인 다 죽으라는 거냐”, “의대 나오면 의사자격증, 부동산학과 나오면 공인중개사자격증을 그냥 줘라.” 등 원색적 비난도 줄을 이었다. 이에 고용부는 일부 댓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고용부는 추가 설명을 내놓고, 찬반 의견수렴 투표도 진행했다. 투표 결과 99%가 개정안을 반대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계획대로 제도를 도입, 2012년 하반기부터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혀 비난여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본회 기술교육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국가기술자격법 일부 개정법률(안)’ 폐지를 위해 고용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장 목소리 외면하는 개정안

개정안에 따르면 특성화 고교나 전문대의 특정 과정을 이수한 학생도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특성화 고교를 졸업하면 ‘기능사’, 전문대를 졸업하면 ‘산업기사’ 등을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취득할 수 있는 것. 현행 국가기술자격 검정시험도 유지해 자격증 취득의 길을 2가지로 늘리겠다는 고용부의 취지다. 총 556종목의 국가기술자격증 중 용접기능사, 주조기능사 등 93개 종목에 우선적으로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개정안이 현행 국가기술자격 검정시험과 직업 교육‧훈련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자평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기술교육 관련 전문가들은 “형평성에 어긋난 정책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이공계 현실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전했다.

기존 자격증 취득자들은 “힘들게 공부해 자격증 얻었는데 시험 없이 자격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덧붙여 “자격증이 쉽게 발급되면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이 산업현장에서 주로 취득하는 ‘기술자격’에만 국한되어 있어 ‘기술직 홀대’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고용부가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투표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고용부가 현장의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민 후에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현장 관계자들이나 이미 자격증을 획득한 이들과 단 한차례라도 의견 교환이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무조건 대학을 가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반드시 검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실평가, 자격증 남발 우려

과정이수자에게 자격증을 부여할 경우 생기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자격증 남발로 부실 자격자 배출이 우려된다. 산업인력공단 통계에 따르면 기술자격검정의 최종 합격률은 종목 및 분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 내외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현장에서 실무교육을 받았음에도 시험 합격률이 저조하다. 현재 전문대학 이수학점은 80점인데 이를 이수하고도 자격시험 합격이 어려운 실정인 것. 그런데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학교에서 특정 과정 이수 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되면 결국 부실자격자 배출만 늘어 자격증의 신뢰성이 저하된다.

비슷한 사례로 학‧경력으로 자격증을 대체한 ‘학·경력 인정 기술자제도’가 무자격자에 의한 회사설립, 부실공사 등으로 이어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결국 2007년 폐지됐다.

평가방법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평가의 시행주체가 각 학교이기 때문에 학생 모집을 목적으로 기관들끼리 과다경쟁을 펼쳐 ‘부실평가’ 부작용이 예상된다.

 

과정이수자와 자격검정 응시자의 형평성 문제

형평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556종의 국가기술자격 종목 중 기능사, 산업기사 등급에 해당하는 93개 종목만 우선적으로 과정이수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종목과 그렇지 않는 종목 간에 자격증 취득 과정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자격시험제도는 진학자와 비진학자 간의 시험 응시자격 기간의 차이만 두었을 뿐 자격검정을 통과해야 자격증이 부여되므로 학력차별이 없다. 그러나 과정이수제는 특성화 고교나 전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격검정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학력에 따른 불평등 사회를 조장하는 것이다.

기술계 분야와 타 분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기술계 분야뿐만 아니라 부동산 학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요구한다면, 더 나아가 국가에서 운영하는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과 기술사를 비롯한 건축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목에 동등하게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기술교육학원의 위상 저하 우려

기술교육학원들의 위상 저하 및 집단 폐원도 우려된다.

기술교육학원은 각 분야의 기능인을 양성하여 오늘날 대한민국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초석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학교육이 일반화되면서 기술교육학원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어 현재는 기술자격증 취득이 학원 수업의 95%를 차지한다. 게다가 교육대상은 주로 학생들이다.

과정이수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은 당연히 손쉽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학교 교육을 선택할 것이다. 학교에서 쉽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어떤 학생이 기술교육학원에 가려고 할까.

게다가 현재 기술교육학원 수는 약 5,600여 개(2010년 6월 기준)로, 기술교육학원의 위기는 곧 관련 종사자의 실직으로 이어져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게 된다.

 

기술교육협의회 비대위 개정안 폐지에 총력

본회 기술교육협의회 과정이수제 도입보다 현 검정제도를 보완․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현행 국가기술자격 검정시험과 직업 교육‧훈련 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 자격검정제도는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종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장실습교육이 이론과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고, 자격증 취득 후에도 연구반과 실무과정이 연계되어 있어 교육·훈련을 하고 난 후 산업현장에 나가 실전에 적응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만약 현행 자격검정제도에 일부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의 기준이나 시험체계, 평가방법 등을 보완하면 된다.

무엇보다 현재 배출된 기술자들도 현업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새로운 법안 마련보다 자격증 취득 후 사후 관리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법보다 자격취득 후 관리에 더욱 공을 들인다. 따라서 현 제도를 보완해 기술자들이 대우받는 환경 마련이 법 개정보다 우선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관련 종사자 및 전문가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개정안 입법예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본회 기술교육협의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현실과 괴리감이 큰 국가기술자격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고용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고,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교육협의회 비대위는 앞으로도 서명운동 확대, 대국회 활동 등 입법예고 무산을 위해 점차적으로 강력대응 해 나갈 계획이다.

 

*자료_기술교육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원장 박기용 / 대책위원 - 기술교육협의회장 권영호, 경기도지회기술교육협의회장 엄기복, 임명숙, 이규수, 이준일, 김용혁, 강성태, 윤병우, 임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