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을 쓰신 김용택선생님은 현재 마산합포고교사이며 경남에서 시민운동가로도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로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을 겸하고 있습니다.







김용택의 교육칼럼
이름: 김용택
2005/11/6(일)
조회: 121

이제는 학교를 학원으로 만들 셈인가?
이제는 학교를 학원으로 만들 셈인가?

학교를 학원으로 만들겠다는 ‘방과 후 학교’가 전면 시행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학교에서학원 강사나 원어민 등을 불러 영어회화나 예체능 특기 등을 가르치는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방과 후 학교란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학교가 중심이 돼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의 교육적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사교육을 학교 담장 안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하는 대로 내년부터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키로 했다. 연간 13조6천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 도입한다는 방과 후 학교는 학교를 학교교육과 사설학원을 병행, 운영하는 학교 학원화 정책이다.

사교육 지출 비용이 GDP대비 3%(공교육비 GDP 대비 4.2%)에 달하는 현실에 비추어 사교육비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개인 소득의 30% 이상이 과외비로 지출되는가하면 자녀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출부나 심지어 매춘을 하다 적발된 사건까지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교육비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에 대한 원인분석은 하지 않고 단순히 사교육비 액수만 줄이겠다는 탁상행정이 내놓은 것이 방과 후 학교다. 이러한 방과 후 학교가 사교육비의 총량적인 액수 면에서는 다소 줄어들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교육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교육이란 ‘내 자식이 남의 아이들보다 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나타나는 현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위가 최근 발표한 ‘학부모 부담 공교육비 현황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지출한 공교육비 총액이 16조 5,5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05년도 교육예산(본예산 기준) 약 32조6,000억원의 50%에 육박하는 액수다.

지난해 초·중·고 학부모가 학교에 낸 교육경비가 교육부 전체 예산의 24%에 해당하는 전체 6조여억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중학생 학부모가 1조 1038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나 의무교육 도입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여기다 연간 13조 6천억이라는 사교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당장 학교가 사교육문제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마다할 리가 없다.

방과 후 학교는 사교육비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대안일 수 없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사교육이란 경쟁을 전제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국가가 사교육을 시켜준다고 사교육이 없어질리 없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야 저렴한 사교육을 해주는 방과 후 학교가 반가울 수도 있지만 경제력이 있는 부모의 자녀들은 방과 후 학교로 만족하지 않는다.

대학서열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사교육은 끊임없이 고급화되고 양질의 시장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경제력으로 질이 다른 사교육을 받게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자립형 사립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학교 교육 이외에 별도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사교육문제의 근본적은 해결책은 대학 서열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 일류대학을 놓고 나타나기 시작한 사교육비를 학교가 학원으로 바뀐다고 해결될 것이라 믿는 사람들은 없다. 사교육이 공교육의 욕구불만이서 비롯된 문제라면 당연히 공교육을 정상화로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학입시에서 고교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높이고 특목고 동일계열 진학을 확대해 대학 서열구조부터 타파해야 한다. 학교가 사교육을 흉내내 사교육과 경쟁하게 만든다고 사교육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사교육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어리석기 짝이 없다.

사교육비 액수가 아니라 공교육의 정상화하는 것이 학교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교육을 살려야할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공교육을 파괴할 방과 후 학교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을 살리는 길은 방과 후 학교가 아니라 참여정부가 약속한 교육예산의 GNP대비 6%의 조속한 확보와 대학서열구조의 타파부터 해야 할 것이다.